국민대학교 유라시아 연구소

 Total 38 articles , Current page is 1/2  Logged user : 0
   View article
  관리자   Date : 2010/11/03  Hit : 4234  
 러시아스파이 안나채프먼은 진정한 영웅인가?-바딤 슬랩첸코
 
 
러시아 스파이 안나 채프먼은 진정한 영웅인가?
 
아니면 애국심을 자극하는 허상인가?
 
 
 
 
바딤 슬랩첸코(국민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
 
   며칠 전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지난 여름 미국에서 추방된 러시아 스파이 세 명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셋 중에 가장 유명해진 스파이 안나 채프먼은 지난 여름 사건 후에 러시아에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유명 인사가 된 그녀에게 여러 방송 채널에서 출연 제의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글랸쩨브이 주르날르'(глянцевый журнал)라는 러시아의 각종 여성 및 남성 잡지들도 그녀를 표지 모델로 섭외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그 중에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남성잡지 막심(MAXIM) 러시아판은 안나와 계약을 맺는데 성공하였다. 막심 10월호에 실린 그녀의 상당히 도발적인 사진들은 다시 한번 세계적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러시아 사회의 반응이다.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안나 채프먼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이 여자 스파이에 대한 러시아 사회의 호의적인 반응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이 사건이 러시아 애국심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누드 촬영을 위해 안나 채프먼이 러시아에서 발간되는 미국 잡지를 선택한 것도 숨겨진 뜻이 있어 보인다. 이는 자신을 추방한 미국에 대한 일종의 복수이고, 이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이야기하면 미국에 대한 러시아 전국민의 복수라 할 수 있다. 이 행동으로 안나가 러시아 축구 대표팀보다 애국심을 자극하는데 더 많을 공헌을 세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 또 흥미로운 것은 안나 채프먼에 대한 여론 형성에 있어 국가와 민간기업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안나의 이름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민간기업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의 의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스파이 세 명이 귀국한 뒤에 러시아 총리는 이들을 직접 만나 'С чего начинается Родина'('조국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는가 하면')라는 노래를 같이 불렀다. 그리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이들의 미래를 책임 지겠다는 말도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임이 있은 후 안나 채프먼은 바이코누르 우주발사장에서 발사되는 로켓 배경(또 하나의 男根象)으로 사진 촬영을 했는데, 여기에 그녀는 한 민간 은행의 고문 자격으로 온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안나 채프먼을 포함한 미국에서 추방된 세 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은 비공개로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공개되면 안 되는 정보원 활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공훈으로 이들이 훈장을 받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사실 남성잡지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은 조국을 위해 공훈을 세운 사람의 이미지와 안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를 위해서 좋은 일을 했겠지만, 이는 훈장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한 블로거의 말이 떠오른다. 러시아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서 국가가 진정한 영웅과 거리가 먼 안나 채프먼과 같은 허상을 내세워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려고 하는 의도가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안나의 향후 생활이 궁금해진다. 그녀의 향후 인생에 있어 정치활동을 제외할 수 없다. 이미 텔레그래프(Telegraph)지는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리트비넨코 살인죄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 스파이인 안드레이 루고보이가 국가 두마(하원)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을 상기한다면 안나도 그에 못지 않은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인터넷 칼럼>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유라시아 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Next   체부라쉬카! 반자이(萬歲)!-바딤 슬랩첸코 관리자
Prev   스크린이 사랑한 러시아 문학 - 이명현 관리자
LIST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say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