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유라시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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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12/05/03  Hit : 2219  
 키릴 총대주교의 시계
 
키릴 총대주교의 시계
 
 
 
바딤 슬랩첸코(국민대학교 유라시아 연구소)
 

최근 러시아 총대주교가 착용한 고가의 명품 시계가 두 차례 스캔들을 불러일으키며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처음 키릴 총대주교의 시계가 네티즌의 이목을 받게 된 것은 그의 우크라이나 공식방문 때였다. 러시아와의 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교회재산 및 권력 분할 문제가 복잡하게 엮인 상황에서 우크라이 나를 방문한 러시아 총대주교는 현지 교인들 앞에서 설교를 통해 양국정교회간의 평화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었다. 하지만 인간의 과소비를 주제로 한 그의 설교는 뜻하지 않게 어렵사리 성사된 우크라이나 방문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바로 총대주교가 착용한 손목시계가 문제였다. Breget사에서 제조한 것으로 밝혀진 그의 시계는 시가로 대략 3만 달러(3300만 원)에 달하는 명품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고가의 시계를 착용한 성직자가 어찌 감히 금욕에 대해서 설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러시아 총대주교는 시계의 존재 자체는 시인했지만 한번도 착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어가는가 싶더니 며칠 후 포토샵 조작이 네티즌 수사대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블러거들이 러시아정교회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총대주교의 사진에서 사라진 손목시계를 발견한 것이다. 정교회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의 어이없는 실수 덕택에블러거들은 포토샵 조작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손목에 있었던 시계는 포토샵으로 제거되었지만 테이블 표면에 반사된 시계는 고스란히 남게 된 것이다.
   

키릴 총대주교를 둘러싼 이 두 스캔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위 성직자가 고가의 명품 시계를 착용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금욕주의를 설파하는 성직자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성경 어느 구절에도 성직자는 명품 시계를 착용해선 안된다고 명시된 바도 없거니와 성직자도 한낱 인간이기에 속세의 물건에 잠시나마 욕심이 났을 수도 있다. 총대주교를 존경해 마지않는 독실한 신자들 가운데 어느 부자신도로부터 선물로 받았을 수도 있다. 혹은 때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키릴 총대주교가 선물 받은 시계의 가격을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점은 시계가 아니라 바로 러시아정교회를 대표하는 최고 성직자인 총대주교의 변명을 일삼으며,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바로 이러한 점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채택된 러시아정교회의 총대주교는 많은이들이 칭송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대주교의 최근 행동은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실망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 물론 키릴 총대주교가 사건은폐를 목적으로 직접 포토샵 조작을 지시했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러시아정교회관리나 조직에 있어 여러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러한 불미스런 일의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정교회 내부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칼럼>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유라시아연구소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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