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유라시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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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12/03/27  Hit : 5796  
 러시아와 영어

 

러시아와 영어

 

 

 

 

바딤 슬랩첸코(국민대학교 유라시아 연구소)

 

 

  한번이라도 러시아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 외국인은 의사소통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봤을 것이다. 특히 아시아권 사람들은 같은 백인이라는 생각에 러시아인들 역시 영어에 능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가 보면 놀랍게도 그들은 모국어 외에 다른 언어는 거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여행해 본 웬만한 나라에서는 기본적인 영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했던 반면 러시아에서 똑같은 상황을 가정할 경우 외국인이 러시아인에게 다가가 영어로 물어보면 대부분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심지어 나이 지극한 사람이라면 말을 걸어온 외국인은 러시아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요즘 조기교육과 글로벌 시대의 추세에 발맞혀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영어를 교육시키는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러시아에서 영어로 의사 소통이 안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근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교육을 소련 붕괴 이전에 받았기 때문에 구제도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봐야 한다. 첫 번째 이유는 교육제도의 특수성이다. 소비에트 시기에 한국식으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소비에트 시기에 초·중·고과정은 10년제의 일련의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외국어교육이 시작되었으나 영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50%에 불과했고, 나머지 학교에서도 영어가 아닌 불어나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아마 지금도 러시아를 가게 되면 삼사십대의 러시아인이 영어를 몰라도 불어나 독일어로 외국인과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소련의 폐쇄성이다.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6년 동안 배워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국가의 폐쇄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와 달리 수십 년 전에 소비에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은 외국인과 영어를 실습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영어를 가르치는 학교의 교사들 가운데에서도 평생 동안 영어로 원어민과 대화 기회를 가져 본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게다가 외국에 가서도 러시아 사람들은 영어를 쓸 기회가 없었다. 당시 관광이 가능했던 나라들 역시 같은 사회주의권이었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이 어디를 가건 큰 불편함 없이 러시아어로 쉽게 대화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영어를 배워야 할 뚜렷한 동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주의권에서 러시아어는 공용어처럼 쓰였기 때문에 소련 붕괴 이전의 러시아 사람들은 현재의 영어권 국가의 국민들처럼 여행하기가 굉장히 편리했다. 사회주의권에서 러시아어의 교육이 잘 이루어져 있었고, 현지 엘리트 대부분 소비에트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아주 유창한 러시아로 대화할 수 있었다. 3년 전 내가 몽골에 가서 몽골 문화부 장관의 연설을 통역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몽골어에서 러시아어로 바로 통역이 가능한 사람이 없어 장관의 말을 먼저 한국어로 통역하고, 그 다음 러시아어로 통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단계를 거치는 통역을 하다 보니 몽골 장관은 끝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러시아어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한 러시아인들은 아직까지도 외국인이 러시아어를 아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모르면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만나게 되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러시아어가 일종의 특수를 누리던 시대는 지났고, 사회주의권뿐만 아니라 구 소련 국가에서도 러시아어를 전혀 접하지 않은 세대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상황에 맞게 국제 공용어인 영어습득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영어 구사력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칼럼>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유라시아연구소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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