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유라시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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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11/12/28  Hit : 2393  
 정치적 변화의 기로에 선 러시아
 
정치적 변화의 기로에 선 러시아
 
 
 
사진: Денис Вышинский / Коммерсантъ  
바딤 슬랩첸코(국민대학교 유라시아 연구소)
 
혹자들은 지금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소련붕괴를 초래한 1991년의 사건에 비유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은 비유라 생각된다. 1991년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수 년간 지속된 경제위기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정치체제의 변화보다 시장경제의 도입이 더욱 간절했다.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되고 나서 언론의 자유가 선포된 후 러시아 국민들은 전례 없는 절대적인 자유에 노출되게 되었다. 지금 그 시절을 반추해보면 고르바쵸프가 집권했던 페레스트로이카 시기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 아마 웬만한 선진국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 소련 내 자유의 분위기는 팽배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국가의 통제가 해제되고, 본격적인 민영화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의 막강한 지배력이란 것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 러시아에는 억만장자인 소위 올리가르히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점차적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잠시나마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던 신문 방송 매체들은 또 다른 통제 하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1년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에게는 정치 현실에 대한 불만 표출보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서야만 하는 경제 현실에서 비롯된 비효율적인 계획경제의 변화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소련붕괴는 이러한 열망의 부차적인 결과였다. 당시 실시되었던 국민투표에서 대부분의 소련 국민들이 소련의 유지를 지지하였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 상황은 차라리 파리에서 68년에 일어난 소위 5월 혁명과 69년 시카고 사태와 성격상 일맥상통한다. 길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중상층에 속하는 이들로 이렇다 할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계층이다. 물론 언론에서 보도된 집회 광경을 보면 푸틴 퇴진의 내용을 담은 피켓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실제로 대부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푸틴의 사퇴가 아니다. 이들의 요구는 부정선거를 인정하고, 재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다소 성숙된 정치 의식을 가지게 된 국민들은 통합러시아당의 막가파식 행위와 푸틴의 독주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정치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권력의 즉각적인 교체가 아니라 권력과의 대화를 통한 정치 개혁이다. 68년 파리 5월 혁명과 69년 시카고 시위 사태 참가자들의 요구에 대해 당시 양국 정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이 사건들을 계기로 유럽과 미국은 변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오늘날의 지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 지도자들 역시 12월 10일의 볼로트나야 광장 집회와 12월 24일의 사하로프 대로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급기야 총선에 있어 일체의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푸틴은 집회 참가자들이 가슴에 달았던 하얀 리본을 콘돔에 비유하며 냉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대처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사건과 관련하여 정부가 정치 개혁 드라이브를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그 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정당 등록 절차의 간편화와 주지사 선거의 복원이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할 획기적인 큰 변화는 없지만 일단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다는 점만으로도 축하의 샴페인을 터뜨릴만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계기로 하여 러시아 국민이 더 이상 시위나 집회를 통해서가 아닌 60년대의 유럽처럼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성과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터넷칼럼>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유라시아 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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